[칼럼] 카카오 사태로 본 IT 투자 인식 변화의 필요성

서영석 나임네트웍스 대표이사

“카카오 사태”로 SNS와 미디어가 연일 뜨겁다. 나른한 휴일 오후, 카카오톡 메시지 전송 오류를 핸드폰 탓만 하고 있을 때, 몇몇 기자들께서 전화를 주셨다. 화재로 인한 카카오 서비스 전체 장애 상황을 기술적으로는 막을 수 없었던 것인지 만약 그렇다면 클라우드 환경에서도 동일한 한계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문의였는데, 순간 망치로 맞은 것 같았다.

그 누가 대한민국 최첨단 IT 서비스가 일순간에 붕괴될 수 있을 것이라 상상했을까? 그러나, 더 놀란 것은 그 순간 나타난 수많은 IT 전문가들이다. 마치 DR이나 Active – Active Data Center가 간단히 돈만 투자되면 되는 듯 물 만난 물고기처럼 자신의 지식을 펼쳐내고 있었다. 그 분들의 말처럼 대국민 서비스에 대한 서비스 연속성이 정말 그렇게 간단할까? IT와 상관없는 사람들이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는 있다. 단순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런데, 이 상황을 카카오만의 일탈로 말하는 뉘앙스에서는 왠지 모를 지적 가벼움이 느껴진다.

NAIM은 프라이빗을 중심으로 한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 전문 회사다. 10년이라는 업력 동안 한눈 팔지 않고 오직 인프라스트럭처를 설계하고 구축하는 것에 집중하였고, NAIM을 선택한 고객의 공통된 요구사항은 전통적 방식인 Cold DR이 아닌 멀티데이터센터 환경에서 Active DR 개념을 적용해 서비스별 요구사항에 맞춰 안정성을 극대화하고 이상 발생 시 신속하고 정확하게 서비스 연속성을 보장받는 인프라스트럭처를 확보하고 싶어서이다. 고객사 서비스는 대국민서비스를 비롯해 단 1초도 예고되지 않은 다운타임을 허락하지 않는 매우 민감한 서비스까지 다양하다. 멀티 데이터센터 인프라스트럭처 설계와 구축에 있어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고객사 서비스 요구사항에 맞춰 최적의 아키텍처를 설계할 때마다 우리의 부족함을 여전히 느낀다. 여전히 어렵고 여전히 힘들다.

가장 어렵고 힘든 것 중 하나에 인프라 엔지니어들과의 협의도 포함된다. 일단 어떤 질문에도 “구성 불가” 답변을 미리 예상하고 회의에 임해야 한다. 해외에서 검증된 아키텍처라 할지라도 해당 기술에 대해서 보장 못한다는 답변이 일반적이다. 벤더 본사 기술 자료에 나와 있는 내용이어도 국내 적용 사례가 없기에 구성할 수 없고 책임지지 못한다고 한다. 벤더 본사에서 강하게 드라이브하는 기술임에도 국내 엔지니어가 없어서 적용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벤더에서 안된다고 하니 고객사가 여간 강심장이 아니면 적용하는 것은 감히 엄두도 못 낸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AI, Big Data, 클라우드를 외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 구현된 대부분의 인프라스트럭처 기술들은 몇 십년 동안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정확하게는 기술이 발전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에 맞춰 적용을 못하고 정체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아주 오래 전 기술이나 완성도가 떨어지는 기술로 동작함에도 겉 포장만 마치 신기술이 장착된 듯 둔갑하여 시장에 유통되는 솔루션들도 허다하다. 고객사 환경이 몇 십년 전 구성에서 변화된 것이 없으니 그대로 적용이 가능하다. 당연히 클라우드를 통한 혁신은 불가능하다.

이렇게 된 이유는 다양한 측면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가 기술력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것이 여전히 가장 중요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IT는 비용이 아니라 투자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만나본 인프라 부서 대부분의 직원들은 단순 하드웨어 업무에 70% 이상의 Resource를 사용한다. 인프라는 여전히 과거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얼마나 낭비인가? 유능한 인재들을 하드웨어 업무와 수십 년 전 과거 기술에서 해방시키고, 최신 기술을 분석하며, 자사 인프라스트럭처 적용 방안 연구에 집중시켰으면 한다. 현장 제일 앞 단에 있는 그들이 발전해야 왜곡되어 있는 인프라스트럭처 기술에도 개선이 일어날 수 있다. 그래야 벤더 엔지니어들도 더 열심히 본사와 소통하며 혁신된 기술을 가져올 수 있으며, 진정한 의미의 서비스 연속성과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

 “카카오사태” 이후, 서비스 연속성에 대한 문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일시적으로 기업에서 IT 투자가 발생하고 이와 함께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경험적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예전과 같이 IT는 투자의 대상이 아닌 비용의 대상일 것이다. 인식의 근본적 변화가 없이는 혁신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투자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진정한 투자는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것 이전에 우리의 IT 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엔지니어들의 강력한 기술력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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